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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1-11]한국사, 필수과목으로 하자 - 우리 역사 알아야 글로벌 경쟁력 높아진다. - 중앙일보

역사 외우기만 하다 질려 … 한국선 고교 가면 ‘국포자’ 양산

[중앙일보] 입력 2011.01.11 19:57 / 수정 2011.01.12 01:52

한국사, 필수과목으로 하자 - 우리 역사 알아야 글로벌 경쟁력 높아진다 ③ 왜 재밌게 못 가르치나
총 들고 남북전쟁 체험 … 미국선 ‘살아 있는 역사’ 즐긴다
재밌는 미국사, 따분한 한국사?콘텐트 구매

한국 고교생들에게 국사 수업에 대한 인상을 물었다. “대표적인 암기과목”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고교만 가면 ‘국포자(국사 포기자)’가 된다고 했다. 강의식·암기식 수업이 학생을 질리게 만든다. 초·중학교까지는 역사논술 교실에도 다니고 한국사 만화전집을 읽으며 역사를 즐겼던 학생들이 고교에 가면 무너진다.

 미국 고교는 어떨까. 자국의 역사는 기본이고, 거기에 세계사까지 가미해 각종 흥미를 돋우는 방식을 동원한다. 교육의 중심에 역사가 있다. 뉴욕시 벤저민 카도조 고교 김경욱 교사는 “미국 대부분의 공립고에선 미국사·세계사를 안 배우고는 졸업할 수 없다”며 “역사는 사회과목의 뼈대”라고 말했다. 남북전쟁 체험 등 현장학습 기회도 많다. 선진국 역사 교육에서 우리가 벤치마킹할 요소를 찾아본다.

2007년 11월 미국 앨라배마주 탤러시 외곽에서 열린 미국 남북전쟁(1861∼65) 당시 아모리 전투 재연 행사의 한 장면. 미국엔 이처럼 학생과 일반인이 역사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중앙포토]

 ◆“과정이 중요” vs “외우는 게 전부”=지난해 12월 초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시티 뉴커머스 고교. “선생님은 헌법을 위반했습니다. 12월 23일 대법원에 출두해 주십시오.” 이 학교 변성희 교사는 12학년 학생들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 그는 12학년 미국사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미국 헌법을 모델로 학급 헌법을 만들도록 했다. 그러곤 일부러 헌법을 위반했다. 그가 교실에 들어설 때마다 모든 학생이 마치 독일 나치처럼 교사에게 경례를 하도록 강요한 것이다.

 그러자 학급 내 야당이 들고 일어났다. 변 교사는 상원에 탄핵 소추됐다. 격론 끝에 탄핵안이 부결되자 이번엔 대법원에 위헌 소송을 냈다. 학생들로 구성된 대법원은 열띤 토론 후 변 교사의 위헌 혐의에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곤 ‘팔 굽혀 펴기 3회’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변 교사는 “역사·사회과 교과서에서 헌법만큼 따분한 단원은 없는데, 직접 학급 헌법을 만들도록 했더니 교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 정도가 되더라”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에게 국사는 ‘암기력 테스트 과목’이다. “국사 교과서에 밑줄 쫙 치면서 수업했죠. 선생님이 ‘이건 중요하니 꼭 외워라’ 하면 거기에 별(★) 표시하고….” S여고 1학년 김모(17)양은 국사 시간에 탐구보고서를 쓰거나 교실 밖 체험활동을 해 본 적이 없다. 토론식 수업도 거의 없었다. 교사가 교과서를 읽으면 김양은 밑줄 긋고 필기하기 바빴다. 김양은 “시험 땐 왜 이게 중요한지 이해도 안 돼 무조건 외웠다”며 “시험 끝나면 머릿속에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쓰인 고교 『국사』의 6·25전쟁 서술은 한 쪽이 채 되지 않는 반면 고교 『미국사』는 여섯쪽에 걸쳐 다뤘다. [조문규 기자]

 

 ◆“학생 주도형 수업” vs “일방통행식 수업”=지난 7일 뉴커머스고 9학년 세계사 시간. 6개조로 나뉜 학생들이 비잔틴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 지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변 교사는 큰 도화지에 콘스탄티노플의 11개 대표건축물을 학생들에게 직접 그려 넣게 했다. 딴전을 피우던 몇몇 학생도 경쟁이 붙자 옆 조 작업을 훔쳐보며 열을 올렸다.

  뉴저지주 노던밸리 고교 에드워드 파시노 교사는 “우리는 주제를 던져주고 답을 찾는 방법만 알려준다”며 “수업을 이끌어가는 건 학생”이라고 말했다.

 한국 고교의 국사수업은 대부분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로 진행된다. 지난해 수능을 치른 H고 3학년 조모(19)군은 “국사 시간엔 거의 졸았다”며 “교과서만 읽어 내려가는 수업은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미국 보스턴으로 1년간 유학을 다녀온 조군은 “미국사는 처음 배웠는데도 재미있었다”며 “ 역사 속 인물 입장에서 토론하는 프로그램이 많아 졸릴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도 일부 의욕적인 교사들은 수업 중에 자료사진이나 동영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대개는 교사가 읊으면 학생은 앉아서 받아먹는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K고 곽유정 교사는 “수능 기출문제를 풀면서 입시 대비하기에도 수업시간은 빠듯하다”고 말했다.

 ◆백과사전식 교과서 vs 연대기 요약본=미국 역사 수업에선 과거사만 다루지 않는다. 뉴욕시 뉴타운 고교 이원숙 교사는 “9·11 이전엔 이슬람 세계를 별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상세하게 다룬다”며 “학생들이 끊임없이 과거 사건을 현재 이슈와 연결해 생각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미국 역사교과서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백과사전이자 멀티미디어다. 교과서 한 권이 1000쪽에 이른다. 헌법 전문 같은 사료와 CD·DVD·인터넷도 제공한다. ‘프렌티스 홀’의 미국사(2008년) 교과서는 6·25전쟁에 대해서만 여섯 쪽을 할애했다. 오디오클립을 통해 중공군에 포위된 미 해병대를 격려하는 지휘관의 음성도 들을 수 있다. 2009년 개정판에 신설된 ‘오늘날(Links to Today)’ 코너는 남북한의 현재 사건들도 반영했다. 북핵 문제와 6자회담,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사건까지 다룬다. 노던밸리고 파시노 교사는 “수백 쪽짜리 두꺼운 교과서도 답을 찾는 참고서로 활용할 뿐 암기 교재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고1 학생들이 사용한 국사 교과서의 두께는 미국사 교과서의 절반도 안 된다. 미국보다 20배 이상 긴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교과서는 허술하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전 대표인 김육훈 교사는 “교과서가 지나치게 많은 사실을 기계적으로 나열하고 현재와의 관련성보다 죽은 과거에 대한 지식을 열거해 놓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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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배영대·고정애·천인성·박수련·심서현 기자, 뉴욕·베이징·도쿄 정경민·장세정·박소영 특파원,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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